▲ 정조대왕이 사랑한 무예 중 하나인 택견의 동작과 용어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한국 전통무예 자료집』, 사진=(사)윗대태껸협회 제공
철저한 역사 고증을 거친 콘텐츠가 젊은 세대의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사)윗대태껸협회와 우용곡 작가가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텀블벅을 통해 정조대왕이 사랑한 무예 중 하나인 택견의 동작과 용어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한국 전통무예 자료집』 제작 프로젝트를 진행한 결과, 지난 1일 시작된 지 단 6일 만에 후원금 2,000만 원을 달성하며 폭발적인 반응을 기록하고 있다. 오픈 5일 만에 후원자 300명을 돌파한 이번 프로젝트는 역사적 고증에 목마른 1020세대의 갈증을 해소하며 새로운 문화 트렌드를 예고하고 있다.
■ 1020세대가 원하는 ‘진짜’ 디테일: 고증 콘텐츠의 역습
이번 펀딩의 핵심 성공 요인은 바로 ‘고증’이다. 플랫폼 통계에 따르면 이용자의 10대(30%)와 20대(47%)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으며, 이들이 단순한 흥미 위주의 콘텐츠가 아닌 역사적 신뢰도를 갖춘 자료집에 열렬히 반응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최근 대중문화계에서 ‘대체역사물’이 범람하는 가운데, 젊은 세대가 오히려 검증된 디테일을 찾아 나서는 흐름을 보여주는 사례다.
실제로 2022년 역사왜곡 논란으로 방영이 중단된 드라마 <조선구마사>의 실패와, 2025년 세계적 흥행을 기록한 애니메이션 <K-POP 데몬헌터스>의 성공 사례는 콘텐츠의 승패를 좌우하는 핵심이 ‘정확한 고증과 디테일’임을 분명히 보여준다.
■ 작가의 집념이 낳은 신뢰도: 문헌·현장조사 병행
자료집의 높은 신뢰도는 기획자인 우용곡 작가의 집요한 노력에서 비롯되었다. 『조선왕실 신화』 작품으로 이미 주목받은 그는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문헌조사뿐 아니라 현장조사까지 병행했다. 특히, (사)윗대태껸협회가 ‘2025년 서울시무형문화재 전승활성화 사업’에 선정된 시점과 맞물려 자료의 충실도를 더욱 높일 수 있었다. 작가는 6월부터 11월까지 매주 토요일 세미나에 직접 참석하며 택견 관련 자료를 꼼꼼히 수집하는 열정을 보였다.
만화가 A씨는 “정조가 편찬한 『무예도보통지』의 왜검은 일본에서 기록되지 못해 잊혔다. 본래의 것을 기억하려는 이 ‘기록’을 추천한다”고 평가했으며, 소설가 B씨 역시 “우리나라 군사무예 발전의 흔적이 이번 도서에서 다뤄지는 택견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고 극찬했다.
■ 정조의 도시 수원처럼: 지역문화와 K-콘텐츠의 미래
이번 펀딩의 성공은 지역 문화에도 큰 의미를 가진다. 정조대왕과 수원화성의 도시로 정체성을 굳혀온 수원특례시는 전통문화 연구를 지역 축제에 반영해 ‘수원화성 미디어아트’에서 51만여 명의 관람객을 모은 바 있다. 이번 자료집 역시 한국 전통문화유산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연구가 K-콘텐츠의 새로운 성공 방정식을 만들 수 있음을 입증하고 있다.
『한국 전통무예 자료집』 펀딩은 매일 100만 원 이상의 후원금을 확보하며 12월 말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이 자료집은 영상, 웹툰 등 시각 매체 창작자들에게 양질의 고증 정보를 제공해 더욱 수준 높은 K-콘텐츠의 탄생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희태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