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 향기와 시의 깊이를 함께 전해온 ‘승려시인회’가 열두 번째 시집 『승려시집 12』를 발간했다. 이번 시집은 ‘선차(禪茶)’를 주제로 다루며, 오랜 불교 수행 전통과 함께 보령 성주사지와 인연이 깊은 무염선사를 재조명하는 뜻깊은 작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승려시인회 회장이자 불교인권위원회 위원장인 진관 스님은 9일 기자회견을 통해 “불교의 정수는 말과 글이 끊어진 경지에 있지만, 우리는 시를 통해 그 자리를 표현하려 애써 왔다”며 “이번 시집은 선차의 정신을 담아, 수행자의 삶과 문학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작업”이라고 밝혔다.

끽다거(喫茶去)의 뿌리, 보령 성주사지 무염선사에서 시작되다

『승려시집 12』에는 총 22명의 승려시인이 참여해 201편의 시가 수록됐으며, 대한불교조계종 원로회의 의장 자광 대종사의 축시도 함께 담겼다.

이번 시집이 특별한 이유는 바로 신라 고승 무염선사를 중심에 두고 있다는 점이다. 무염선사는 보령 성주사지와 깊은 인연을 가진 인물로, 다도와 선 수행이 하나 되는 ‘선다일여(禪茶一如)’의 전통을 연 시조로 평가받는다. 그의 가르침은 이후 중국 조주 선사의 ‘끽다거’로 이어졌고, 오늘날까지도 불교문화 속 깊이 자리하고 있다.

진관 스님은 “무염선사의 법맥이 살아 숨 쉬는 보령 성주사지야말로 선차 수행의 중심지”라며, “이번 시집은 그 인연을 되살리고, 차와 선의 정신을 오늘날 다시 새기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문학이 수행이 되고, 시가 포교의 길이 되다

진관 스님은 시집 발간을 단순한 문학활동을 넘어, 불법(佛法)의 향기를 세상 속으로 전하는 포교의 수단이라 강조했다. “팔만사천의 방편 중 시는 가장 고요한 울림”이라며, “이번 시집이 세속의 고단함 속에서도 수행과 해탈의 길을 열어주는 뗏목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또한 출간을 함께한 『차의세계』와 원법행 오정미 보살, 축시를 보내준 자광 대종사에게 깊은 감사의 뜻을 전하며, “시집은 계속된다. 이미 13집을 향한 준비도 시작됐다”고 덧붙였다.

승려시인회, 불교문학의 전통을 잇는 문학 공동체

승려시인회는 1971년 무산 오현 스님을 초대 회장으로 창립되어 1993년 5집 『피안으로 가는 수레들』까지 활동을 이어왔다. 이후 활동을 멈췄으나, 2014년 진관 스님의 주도로 6집 발간과 함께 재개되었고, 현재는 37명의 승려시인이 참여하는 활발한 문학 공동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시집 외에도 시 낭송회, 문학 포교 활동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펼치고 있으며, 불교문학의 대중화와 불법의 삶 속 실천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성주사에서 피어난 선차의 향기, 시로 다시 꽃피우다”

이번 『승려시집 12』는 단순한 시집 그 이상이다. 진관 대종사와 성주사지의 인연, 그리고 무염선사의 정신이 오롯이 담긴 이번 시집은, 문화유산과 수행의 만남이 어떻게 현대 불교문학으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가 되고 있다.

진관 스님은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성주사지와 인연속에 “한 잔의 차, 한 편의 시, 그리고 천 년의 선맥(禪脈). 성주사에서 시작된 그 맑은 향기가 오늘 이 시집을 통해 다시 피어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