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주서원 기공사에서 표준영정 봉안 고유례를 올리는 모습

2월의 마지막날이자 음력 2월 1일이었던 지난 28일, 행주서원 기공사에서는 특별한 행사가 펼쳐졌다. 기공사에 배향된 선현들께 분향의 예를 다하는 날이 매월 음력 1일과 15일 중 하루인 2월 1일(음력)에 그 동안 준비해왔던 권율 도원수의 표준 영정을 교체봉안하는 고유례를 실시했다. 고양의 유림들과 고양시의회 문화복지위원인 고부미 의원, 안동권씨 추밀공파 권 오돈 회장 이하 문중원이 참여했다.
충장사에 보관 중이던 권율 장군의 영정이 1998년 2월 도난당한 후 안동권씨 문중에서 지속적으로 영정 복원을 촉구해왔다가 2023년 3월 14일 제430주년 행주대첩제 당시 충장사에 봉안되었고 이어 2025년 2월 28일에 행주서원 기공사 교체봉안하게 되었다.

고유례를 올리는 집사들이 예를 갖추는 모습

표준영정은 위인과 우국선열의 영정이 난립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정한 영정을 말한다. 고양시는 2021년부터 표준영정 제작을 추진해 2022년 12월 문화체육관광부의 심의를 최종 통과했고 정부표준영정 지정을 받았다.
정동일 고양시 문화재전문위원은 “도난당한 후 영인본을 제작해 충장사에 모셔왔는데 그동안 지속적으로, 권율 장군이 문과 급제한 문신이라는 점과 선무 1등 공신이 되시고 영의정으로 추증되신 점, 영정의 갑옷과 투구, 검 등이 고증되지 않았다는 주장, 그리고 친일반민족 행위 진상규명위원회에서 친일을 한 것으로 분류된 장우성 화백의 작품이라는 점 등의 문제제기가 있어 권율 장군의 영정을 새로 제작해 봉안하게 됐다”고 말했다.

고유례에 참여한 고양 유림들과 안동권씨 문중원들이 예를 올리는 모습

표준영정을 제작한 권오창 화백은은 역사학자, 미술 사학자, 복식 사학자의 자문을 받고, 100여 명의 안동권씨 종손과 종친의 용모, 골상의 형태를 추정했고 권율 도원수가 지니고 있는 성격과 행적에서 결기찬 호국정신을 보여주는 상으로 표현하는 데 주력해서 표준영정을 완성했다.
이날 “단군기원 4358년 세차 2025년 을사 이월 무진삭 초일일에 행주서원 원장 권정택은 감히 밝힙니다”라고 시작되는 권정택 원장이 직접 지은 고유문은 “신상을 도난당한 이래 역년이 오래도록 복원할 겨를이 없다가 이에 국가지정 표준영정을 새로운 규모로 고쳐 정성으로 전신사조(傳神寫照)하여 진상(眞像)이 드디어 준성되었으므로 닫집에 모시어 봉안코자 하옵니다.”라며 고유를 했다.

고유례 봉행을 위해 기공사로 올라가는 모습

또한 권 원장은 <행주서원 만취당 충장공 권율장군>이라는 자작 한시를 7언율시로 준비하였다. 준비한 시는 “권율장군을 찾아뵙는 좋은 시절에, 고양 깊은 골에 상쾌한 바람이 부는구나, 적은 앞뒤를 돌아다보지 않고 하늘 끝으로 도망갔도다. 행주산성 대첩은 청사에 휘황하게 빛나고 충장공의 붉은 충성은 만세에 드리우리로다”라는 내용이다.
2대 행주서원 복설 원장이었던 강홍강 고양향교 전교는 “늦었지만 도원수이자 영의정이셨던 이자 도원수이신 권율 도원수의 영정을 이렇게 봉안하게 된 것에 큰 의미가 있다.”며 “우리 지역의 역사 중에서 아마도 가장 의미있는 행주대첩을 이끌었던 권율 장군을 기리는 일에 지역 주민들뿐만 아니라 문중에서도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시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