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차갑지만 벽진서원 숭본당 앞을 봄날처럼 따뜻한 햇살이 내리 쬔다. 특히 수능을 마친 청소년이 아빠를 따라 봉사활동에 나서 활동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사진 고경님)

은행잎이 노랗게 물들고 단풍이 흩날리는 11월, 가을빛이 짙게 드리운 벽진서원에 국가유산지킴이 회원들이 모였다. 11월 16일 정기봉사활동을 맞아 회원들은 한 해 동안 추진한 공모사업 평가회와 2026년도 사업 구상을 함께하며 올 한 해의 결실을 돌아보는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

열심히 달려온 2025년 공모사업을 마치고 평가회를 가졌다.

이날 봉사활동은 단순한 회의의 자리가 아닌, 문화유산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한 해의 발자취를 되돌아보는 ‘우리의 유산, 우리의 길, 국가유산지킴이의 역할’을 다시 확인하는 자리였다.

회원들은 서원의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서 지킴이로서의 소명과 책임을 되새기며, 서원 주변에 쌓인 낙엽을 치우고 환경을 정비하는 청정활동도 함께 진행했다.

의열사 단청에 대한 모니터링 중인 이형만 고문

특히 이번 활동에서는 “문화유산을 지킨다는 것은 단순한 보존이 아니라, 그 속의 정신을 오늘에 이어가는 일”이라는 점을 다시금 강조하며, 2026년도에는 더 많은 시민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체험형 유산보호 프로그램과 청소년 지킴이 연계활동을 기획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활동을 마친 뒤, 김연우 회원은 “차가운 바람 속에서도 벽진서원에서의 봉사는 늘 따뜻하다”며 “유산을 지키는 일은 결국 우리 자신을 지키는 일임을 느낀 하루였다”고 소감을 전했다.

회재 박광옥선생의 일대기와 회재목판유집에 대한 모니터링

이번 봉사활동은 한 해의 마무리이자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는 시간이었다.

회원들은 서로의 노고를 격려하며, 2026년에도 ‘국가유산지킴이의 이름으로 더 빛나는 봉사’를 이어가자는 다짐을 나눴다.

벽진서원 주차장 주변에 청정활동 중인 기아국가유산지킴이 회원들

▶ “우리가 지킨 유산이 미래의 희망이 된다”

벽진서원의 낙엽처럼 쌓여온 봉사의 흔적이 이제는 지역의 문화유산을 밝히는 빛이 되고 있다. 국가유산지킴이의 작은 손길 하나하나가 한국의 문화와 전통을 이어주는 ‘살아있는 유산’이 되어가는 것이다.

이날 모니터링을 통해 이형만 고문은 의열사를 돌아보며 ‘어떻게 모니터링을 해야 하는지’, 왜 모니터링을 하는지와 같은 수준높은 모니터링으로 회원들의 눈과 귀를 열어주었다. 특히 “망료석함” 에 대해 알아볼 수 있었다. 『망료석함(望燎石函): 조선시대 향교나 제례 공간에서 제문(祭文)을 태우기 위해 설치된 석재 구성물입니다. 제례가 끝난 후 제문을 태우는 데 사용되는 돌함(石函)과 뚜껑돌(蓋石)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망료석함"에 대한 모니터링을 통해 새로운 것을 배워간다.

한병기 회장은 “추운 계절에도 흔들림 없이 함께하는 회원들이야말로 우리의 가장 큰 자산”이라며 “앞으로도 지역의 유산을 시민과 함께 보듬고, 미래세대에게 물려줄 수 있도록 더 열심히 뛰겠다”고 밝혔다.

청소년 참여자는 처음 성인 봉사자들과 해본 봉사활동을 통해 색다른 경험이였다며, 꾸즌하게 참여할 의사를 표했다.

가을의 끝자락, 벽진서원에 울려 퍼진 낙엽 밟는 소리처럼, 국가유산지킴이들의 발걸음은 조용하지만 단단했다. 그들의 땀방울과 미소 속에 ‘유산을 지키는 손길, 나눔으로 이어가는 마음’이 아름답게 빛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