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2016년부터의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지난 2022년에 미국인쇄역사협회(American Printing History Association)에 『남명천화상송증도가』 공인본이 1239년에 금속활자로 인쇄된 현전하는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 인쇄본이라는 사실을 제보하여 인쇄 연표가 2023년 1월 13일 수정되었다. 지난해에는 1966년 불국사 석가탑에서 발견된 통일신라시대 목판 인쇄물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의 이미지와 각종 연구자료를 제공하여 742-751 사이에 목판으로 인쇄된 현전하는 세계 최고의 목판 인쇄물로 인쇄 연표에 등재를 요청하여 5월 29일에 인쇄 연표가 개정되었다.
지난 2월에는 1) 금속활자로 인쇄되었다는 세계 최고(最古)의 기록이 있는 1234년에 인쇄된 『상정고금예문』, 2) 1360년대에 금속활자로 인쇄된 것으로 추정되는 『자비도량참법집해(慈悲道場懺法集解)』, 3)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1377년에 청주 흥덕사에서 금속활자로 인쇄된 『직지』를 현전하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오래된 금속활자본으로 수정 하였다. 인쇄 연표에는 우리나라의 목판 인쇄물부터 고려시대에 금속활자로 인쇄된 네 권의 책 이름이 등장한다. 이 중 세 권은 현재 실물이 남아있으며 1377년에 인쇄된 『직지』보다 이른 시기에 인쇄된 두 권은 국내에 남아있다. 742년부터 1377년까지 무려 다섯 가지 인쇄물이 인쇄 연표에 등재되는 쾌거를 이뤘다.
서양 최초의 금속활자본은 독일 마인츠에서 구텐베르크가 인쇄한 『42행 성서』로 1455년의 일이다. 1455년은 조선(朝鮮) 단종(端宗) 3년 / 세조(世祖) 원년에 해당한다. 이제까지는 1377년에 인쇄된 『직지』조차도 78년이나 앞선 시기에 인쇄되었다는 사실에 도취하여 조선 초기의 금속활자와 금속활자 인쇄본에 관한 정보는 거의 소개되지 않았다. 이러한 점이 몹시 안타까워 1403년에 주조된 조선 최초의 금속활자인 계미자, 1420년에 주조된 경자자, 1434년에 주조된 갑인자, 1446년에 최초로 만들어진 한글 금속활자와 이들 활자를 사용하여 인쇄한 책으로 현존하는 것들을 체계적으로 소개하였다.
5월 8일에는 1087년에 완성된 『초조대장경』과 몽골의 침입으로 1232년에 소실된 역사와 1236-1251에 판각된 『재조대장경 (팔만대장경)』에 관한 정보를 추가로 등재하였다. 통일신라시대인 741년부터 1446년에 주조된 한글 활자에 이르기까지 무려 11건의 역사적인 사실과 근거를 제시하였다. 우리나라 역대 인쇄문화를 시대사적으로 정리하여 일괄등재함으로써 해외 연구자들이 산재한 자료를 찾는 데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우리나라 인쇄역사와 활동 내용의 이해를 돕고자 하였다.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서양 속담처럼 인쇄술 또한 한 주번의 시도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수백 년에 걸친 기술 개량과 실천으로 완성도가 높아져 가는 것임을 이번에 개정된 연표를 통해서 알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인쇄역사협회 인쇄 연표의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s://printinghistory.org/timeline/
<유우식 경북대학교 인문학술원 객원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