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도가 끊기면 신라에서 배워야 하리라.”

9세기 당나라 불광사 여만 선사의 이 말은, 성주산문을 연 무염선사의 선풍이 얼마나 탁월했는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그 도맥은 불교1700년 역사을 넘어, 임진왜란기 일본에서의 선 전파를 거쳐 다시 ‘환생 기록’으로 우리 앞에 드러났다.

2025년 6월 22일 ‘국가유산지킴이날’을 맞아 충남 보령 성주사지에서는 (사)한국국가유산지킴이연합회(회장 최호운) 주관으로 ‘사명대사 특별전’이 열린다. 이 자리에서 공개되는 “무염선사(無染禪師)의 일본 환생 기록”은 불교 선맥의 도맥(道脈)이 단절되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귀중한 사료다. 연합회 최호운 회장과 임인식 부회장이 공동 발표하는 이 기록은 조선 선맥이 일본으로 이어졌고, 다시 성주산문의 무염선사로 이어지는 ‘진선(眞禪)의 순환’을 역사적으로 입증하는 첫 공개이다.

성주사지, 구산선문의 중심이자 선풍(禪風)의 발원지

무염선사(朗慧,無染, 800~888)는 태종무열왕의 8세손으로 진골 출신이었다. 13세에 출가한 그는 설악산 오색석사, 부석사를 거쳐 당나라로 건너가 능가선과 화엄을 깊이 수학했다. 당대 고승 마곡 보철로부터 법을 받고, ‘동방의 대보살’이라 불리며 명성을 얻었다.

845년 신라로 귀국한 무염은 보령 남포의 호족 김흔의 지원을 받아 성주산문(聖住山門)을 개창했고, 신라 문성왕으로부터 성주사(聖住寺)’라는 이름을 하사받았다. 그 후 경문왕과 헌강왕으로부터 국사로 책봉되며, 호족과 왕실의 정신적 지도자가 되었다.

“광종” 법호 하사… 왕이 세 번 절하고 향로 들다

무염선사의 비문인 ‘성주사대랑혜화상백월보광탑비’에는 그가 얼마나 존경을 받았는지를 잘 보여준다.

“왕이 몸소 공양을 올리고, 손수 향을 피우며, 삼배로 예를 다하고, 향로를 들어 세세생생 인연을 맺고자 했다.”

이에 왕은 무염에게 ‘광종(廣宗)’이란 법호를 내렸다.

무염은 생전에 2천여 제자를 두었으며, 대표 제자로는 여엄, 심광, 보신, 승랑 등이 있다. 특히 심광은 그의 법맥을 정통 계승하여, 다시 현휘, 도건, 법경으로 이어지는 선맥을 남겼다.

교선일치와 무설토론… 무염선사의 ‘실천의 선’

무염은 선불교에서 드물게 ‘교선일치(敎禪一致)’의 조화를 추구하면서도 선(禪)의 우위성을 강조한 선사였다. “마음이 몸의 주인이지만, 몸은 마음의 스승이 되어야 한다.”는 그의 가르침은 단지 철학이 아닌 실천이었다.

그의 대표적 사상인 무설토론(無舌土論)은 언어적 교학(敎學)을 넘어서 오직 직접 수행을 통한 깨달음을 강조한 내용으로, 고려시대 <선문보장록>에 전해진다.

"산이 나를 위해 흙을 주었으니”…

무염, 손수 흙 나르고 공양 나눈 ‘겸손과 청정의 선’

무염은 말뿐인 고승이 아니었다. 대중과 똑같은 승복을 입고, 공양을 나눴으며, 법당 보수에도 맨손으로 나섰다. 방장이라 해도 비단 가사 하나 없이 수행자들과 같이 생활했다. 제자들에게도 “남이 마신 물이 너의 갈증을 해결해주지 못한다”며, 스스로 실천할 것을 강조했다.

“道는 잇는 것이다”…

사명대사 특별전, 무염선사 선맥의 현대적 복원 선언


이번 ‘사명대사 특별전’에서는 임진왜란기 일본에서 선불교를 퍼뜨린 사명대사의 발자취와 함께, 무염선사의 환생 기록이 새롭게 공개된다. 일본에 남아 있던 이 기록은 선의 맥이 전란 속에서도 꺾이지 않았음을 증언한다.

최호운 회장은 “이번 전시는 단순한 과거 복원이 아니라, 우리가 잊고 있던 ‘진선의 철학’이 다시 살아나는 계기”라며 “성주사지에서 무염선사의 선풍이 다시 피어나길 바란다”고 밝혔다.

성주사지… 절은 사라졌으나 道는 살아 있다

한때 “성주산문을 모르면 일생의 수치”라 했던 무염선사의 성주사는 임진왜란 때 소실돼 지금은 탑비만이 남아있다. 그러나 “절은 사라졌으나 道는 살아 있다.”

특히, 이번 행사를 후원하는 김동일 보령시장은 “말로만 전해지던 사명대사님의 역사 기록을 보령성주사지 천년역사관에서 개관이래 큰 행사를 하게되어 기쁘며 불교계와 학계의 심도 있는 연구로 새로운 미래 관광자원으로 옛 명성이 지킴이날 행사를 통해 국가유산의 미래 방향에 새로운 빛으로 발전되기”를 기원했다.


2025년, 성주사지에서 국가유산지킴이 날 다시 피어나는 무염의 선풍은 1200년을 건너 오늘의 우리에게 조용한 울림을 전하고 있다.


[행사 안내]

행사명: 2025년 국가유산지킴이날 기념 ‘사명대사 특별전’

*일시: 2025년 6월 22일(일) 오전 14시

*장소: 충남 보령 성주사지, 천년역사관

*주최/주관: 국가유산청, (사)한국국가유산지킴이연합회, 보령국가유산지킴이봉사단

*공개내용: 무염선사 환생기록, 사명대사 선맥 자료, 사명대사 보령관련 미공개 자료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