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맛비가 중부지방을 휩쓸꺼라는 일기예보에 마음 졸이고 있었는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다행히 비는 그치고 마치 선선한 가을날씨 같다. 국제교류문화진흥원에서 국가유산지킴이 활동의 일환으로 이번에는 탑골공원에서 행사를 하게 되었다. 마침 공석이 있어서 그동안 배운 문화유산 지식과 문화해설사 데뷔를 해볼까(?) 하는 생각에 행사에 참석하기로 하였다. 함께 공부했던 전두용 선생님께서 같이 하신다기에 마음 든든했다. 유정희 원장님으로부터 오늘 행사 개요를 설명듣고 임무를 분담했는데 전 선생님께서 전반적인 문화해설을 하시고 나는 출석인원 체크, 안내지 배부 등 오늘은 보조요원으로 지원하고 문화해설은 다음으로 미루기로 했다.
물품을 챙겨들고 마을버스를 타고 탑골공원에 도착했다. 다소 이른시간에 도착하여 전 선생님과 함께 영내를 한바퀴 둘러 보았다. 탑골공원은 고려시대 때는 흥복사(興福寺)라는 사찰이 있던 자리였다. 유교이념을 바탕으로 개국한 조선은 불교를 억압하였으나 불심이 깊었던 세조는 백부(伯父)인 효령대군의 건의에 의해 원각사로 개명하고 중건하였다. 그리고 2년 뒤인 1467년에는 부처님의 분신사리를 모신 현재 국보로 지정된 원각사지 10층 석탑을 세운다. 하지만 이후 연산군과 중종 연간에 사찰은 흔적없이 사라지고 지금은 10층 석탑과, 사찰의 창건 내력을 기록한 대원각 사비 등 만이 남아 있었다. 그러다가 고종 연간인 1890년대에 총세무관으로 일했던 영국의 브라운의 건의로 서울에서 처음으로 근대 공원이 그 자리에 세워졌으며, 이후 1902년에 팔각정을 건립하고 그 자리에서 학생대표가 독립선언서를 낭독함으로써 우리 독립운동사에 큰 이정표가 된 3.1운동이 시작되게 된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우암 손병희 선생 동상, 3.1 독립만세 부조판 등이 남아 있다.
오늘 자원봉사 행사에는 초등학생 3명과 삼성전자 봉사활동 동아리에서 18분이 참석해 주셨다. 먼걸음 해주신 분들에게 시간 낭비되지 않고 보람 있었다는 기억을 남겨드려야 하는데 걱정이 앞선다. 하지만 그것은 기우에 불과했다. 전 선생님께서 해박한 지식으로 탑골공원의 연혁은 물론 팔각정과 만세운동 부조판에서는 일제강점기 독립을 위해 목숨걸고 외쳤던 3.1운동의 과정까지 세세하게 설명해주셔서 나 또한 많이 배우는 기회가 되었다. 행사시간 내내 ‘대한독립 만세!’의 함성이 생생히 귓가에 들리는 듯 해서 가슴 한 편이 먹먹했다.
초등학생들의 고사리손까지 보태져서 환경정화활동까지 마치고 준비해간 플래카드를 들고 마지막 기념촬영을 끝으로 행사는 마무리되었다. 참석하신 모든분들의 얼굴에 역사적 현장의 보존활동에 함께했다는 뿌듯함이 묻어나오는 것 같아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함께 참석했던 삼성전자 동아리의 한 참석자는 “평소에 사회봉사활동에 관심이 있어 다양한 활동을 해왔지만, 오늘과 같은 문화유산 지킴이 활동은 처음이었습니다. 서울 도심의 파고다 공원은 노인분들의 휴식처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오늘 우리 선조들의 독립정신이 시작된 뜻깊은 장소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고, 조금이나마 국가유산보존 활동에 도움이 된 것 같아 보람 있었습니다. 다음에 또 기회가 되면 참석하고 싶습니다.”라고 오늘 행사 참석에 대한 소감을 전해주었다.
국제교류문화진흥원에서는 향후에도 9월과 10월 흥인지문 구역과 탑골공원에서 오늘과 같은 행사를 지속 개최할 예정이므로 관심있는 분들은 1365자원봉사포털을 통해 신청하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