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한국국가유산지킴이 단체연합회는 2025년 6월 22일 오후 2시 충남 보령시 성주사지 일원에서 우리 문화유산 보호 범국민 활동 20주년 기념식을 진행하였다. 국가유산청 활용사업과 청소년 국제 문화경쟁력 강화 활동을 이끌고 있는 ‘국제교류문화진흥원’의 일원으로 오늘 뜻깊은 행사에 참석하게 되었다.
화창한 아침, 복잡한 서울 도심을 잠시 뒤로 하고 사단법인 ‘문화살림’에서 지원한 리무진 버스가 일행들을 싣고 양재역을 출발해 경부선에 올랐다. 얼마 지나지 않아 차창 밖은 어느새 푸른 녹음이 펼쳐졌다. 하지(夏至)가 지난 유월, 모내기가 끝난지 한달은 되었는지 벼 잎이 제법 힘차 보이고 지난주 장맛비에 논에 물이 가득한 모습이 농부들이 이제 한시름 놓았을 듯 싶다. 이런저런 모습으로 문화유산 보존활동에 전념하시는 소중한 분들이 차안 여기저기 담소를 나누는 목소리들을 들으며 잠시 눈을 감으니 오늘 여행에 대한 기대와 설레임이 몰려왔다.
두시간 남짓 달려 버스가 행사장에 도착했다. 국가지정유산 사적인 성주사지 인근 천년역사관 앞은 전국 각지에서 모인 국가유산지킴이 회원분들과 보령시 지자체 관계자분들 그리고 지역 주민분들을 포함해 이미 많은 분들이 모여있었고, 무대에서는 식전행사로 민속팀의 버나돌리기가 공연되는 등 벌써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었다
오늘 기념식은 국민의례, 내빈소개, 국가유산지킴이날 윤리강령 낭독, 기념사와 축사, 감사장 및 표창수여, 국가유산지킴이날 소개, 특별공연, 기념사진 촬영순으로 진행되었다. 최호운 한국국가유산지킴이 연합회 회장님의 기념사에 이어 국가유산청 국장님과 충남도청 문화체육과장님께서는 민간에서의 자발적 국가유산 보존활동에 대한 감사와 앞으로도 아낌없는 지원을 약속하셨다. 보령시장님과 시의회 의장님도 참석하시어 모처럼 관내에서 개최된 문화행사에 힘을 실어주심에 감사한 마음이다.
최호운 사단법인 한국국가유산지킴이연합회 회장 기념사
무엇보다도 조상열 국가유산지킴이 연합회 초대회장님께서 국가유산지킴이 활동의 기원과 의의에 대한 소개 말씀을 해 주셨는데 그 의미가 뜻깊게 다가왔다. 임진왜란 당시 파죽지세로 몰려오는 일본군의 공격으로 여기저기서 문화유산이 불타고 있을 때 일신의 안위를 돌보지 않고 우리의 소중한 유산을 지키고자 했던 민초들이 있었다. 조선왕조실록 4대 서고 중 마지막 남은 전주사고본을 지켜내야 한다는 일념 하나로 백성들이 자발적으로 그 책자들을 상자에 보관해 내장산 깊은 암자로 대피시키고 1년이 넘게 하루하루 보존일기를 기록하게 된다.
그 보존일기에 실록을 대피시킨 날이 6월 22일이었으니 선조들의 그 숭고한 정신을 기리고자 이날을 국가유산지킴이의 날로 정했다고 한다. 우리는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인 직지(直指), 세계에서 가장 정확하고 완벽한 불경인 팔만대장경을 만든 나라이며 동양에서 가장 많은 20건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을 가진 기록의 민족이다. 높은 수준의 문화유산을 창조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그 유산의 소중함과 가치를 일반 백성들까지 이해하고 보존하려는 그 정신은 세계 어디에서도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이러한 선조들의 DNA를 물려받은 우리는 문화민족으로서의 긍지를 가지고 소중한 국가유산을 후손들에게 온전히 물려주는 일에 국민 개개인이 나서야 한다는 것이 국가유산지킴이 활동의 취지인 것이다.
조상열 사단법인 한국국가유산지킴이연합회 초대회장 소개말씀
뜻있는 분들이 1990년대부터 소중한 우리 유산을 스스로 보호하자는 국민참여운동을 시작하였고, 2005년부터는 본격적으로 국가유산청과의 협력을 통해 ‘1국가유산 1지킴이 운동’으로 발전하여 현재는 6만 9천여 명의 자발적 참여운동으로 많은 양적 발전을 하고 있으며, 2018년 4대 사고의 하나였던 舊 춘추관(경복궁 수정전)에서 제1회 기념식을 시작으로 오늘에 이르고 있다.
조상열 초대회장은 이러한 발전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가야할 방향과 사업을 좀 더 선명하게 제시해야할 필요성이 있으며,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업에 있어서도 환경정화, 국가유산 해설, 교육체험, 홍보 및 캠페인 등 다양한 활동들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시민들의 봉사와 재능기부로는 한계가 있으므로 국가 차원의 관심이 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본 행사가 끝이 나고 진홍스님의 검무공연 등 특별공연을 보며 우리유산의 소중함을 다시금 새기고, 기념촬영과 인근 성주사지 탑돌이 행사에 참석자 전원이 참여하면서 앞으로의 결의를 다지는 시간을 가졌다.
오늘 보령지역 낮기온은 30도를 웃도는 무더운 날씨였지만 참석자들 얼굴에는 웃음꽃이 끊이지 않았고 정말로 행복해 하는 모습이었다. 국가유산을 지키는 소명에 동참하고 있다는 뿌듯함으로 전혀 더위를 느낄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