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송문화원 산하 청송향토사연구소(소장 이성우)는 지난 9월 13일 경상북도 청송군 진보면 세장리 일원에서 세장리 요지 현장에서 학술조사를 하였다. 조사 결과, 진보면 세장리 요지는 지금까지 학계에서 조선 초기 백자 요지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이번 청송향토사연구소에서 고려 후기의 생산 기법인 압출양각기법(壓出陽刻技法)* 양식의 청자 파편과 자기 생산에 필요한 도구 일부를 발견 고려 후기 청자요지일 가능성이 확인되었다.

세장리 요지는 경상북도 청송군 진보면 세장리 ‘황곡동’마을에서 서쪽으로 500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다. 이곳은 동쪽으로 300고지 능선의 끝부분에 있으며 경사는 완만하며 서쪽으로는 황곡저수지 제방의 끝으로 저수지 제방 아래쪽 농지를 연결하는 농로와 연접하고 있다.

2006년 안동대학교박물관에서 조사한 문화유적분포지도의 기록에 의하면 “이곳은 백자요지(白磁窯址)이고, 가마가 위치했던 곳이 ‘외가마골’ 입구라고 했으며, 구체적인 가마의 형태는 남아 있지 않고 능선 사면 말단부와 경작지 주변에 자기 조각과 가마 벽체 조각이 흩어져 있다고 했고, 색조는 유청색이 주류인데 일부 잔잔한 빙열이 있으며, 굽 높이는 다양하고, 굵은 모래받침이 7개 내외의 고운 모래비짐눈받침을 사용하였으며, 동굴 넓적한데 한쪽으로 기울어졌으며, 크기는 지름 10cm, 높이 5cm 정도이다.”라고 하였다.

현장을 직접 답사하고 조사한 결과 청송군 문화유적분포지도에 백자요지로 되어 있으나, 일부 백자의 파편이 있었으나 주 생산품일 가능성은 백자 파편의 출토량이 미미하여 가능성이 없으며, 태토에 문양이 부조된 틀을 찍어서 문양을 나타내는 장식기법인 “압출양각청자(押出陽刻靑磁)”가 압도적으로 많은 양이 출토되었다. 이 기법은 고려말 11C 말에 등장하여 12C에 유행한 기법으로 알려져 있다.

제조 기법은 미국 보스턴 미술관에 소장 중인 '청자압출양각모란문접시(靑磁壓出陽刻牡丹文楪匙)'**와 유사하다. 이 유물은 고려 시대인 12세기에 제작된 청자로 접시의 끝을 일정한 간격마다 약간씩 오려 꽃 모양을 표현한 채 그 안쪽에다 가는 틀로써 모란 가지 무늬를 커다랗게 찍어 양각한 접시인데, 현장에서 발견한 청자 파편의 문양과 제작 기법이 매우 비슷해서 그 가능성이 더욱 높다.

조선시대 생활 자기였던 백자 생산의 메카였던 청송의 자기 생산 역사가 현존하는 기록은 세종실록 지리지에 청송군이 백토의 산지임을 기록하고 있어 16C에서 조선 전기 정도로만 추정해 왔다. 세장리 요지가 백자요지가 아닌 12세기에 고려 후기에 유행했던 압출양각 청자요지로 확인되어 향후 발굴과 연구 조사로 이어지면 '조선 4대 지방요'***인 청송백자의 고장인 청송의 자기 생산의 역사를 최소 400년 이상 앞당기는 계기가 될 것이다.

* 압출양각기법(壓出陽刻技法): 도자기 표면에 문양을 새긴 금형을 이용해 태토(흙)에 눌러 찍어내는 장식 기법으로, 고려말 11C 말에 등장하여 12C까지 유행한 도자기 장식 기법

** 청자압출양각모란문접시(靑磁壓出陽刻牡丹文楪匙) : 이 청자는 고려 시대인 12세기에 제작된 청자로 접시의 끝을 일정한 간격마다 약간씩 오려 꽃 모양을 표현한 채 그 안쪽에다가는 틀로써 모란 가지 무늬를 커다랗게 찍어 양각한 접시로 모란과 이파리의 윤곽선을 비롯한 세부 장식은 음각 기법으로 조각하여 입체감과 생동감이 살아 있다. 이 접시는 인도 출신의 미국인 수집가 나슬리 히라마넥(Nasli M. Heeramaneck)의 소장품이었던 청자로 그의 사후인 1973년 고인의 뜻을 받든 유족에 의해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 측에 기증된 이래 보스턴 미술관이 소장 중에 있다.

*** 조선시대 4대 지방요(地方窯): 함경도 회령자기, 황해도 해주백자, 강원도 양구백자, 경상도 청송백자를 이른다.

이정희 전문위원

청자파편과 번조 때 사용했던 가마받침 기둥(匣鉢柱, 支柱)

유약을 입히고 번조된 '압출약각문양'의 청자 파편

초벌 번조된 '압출양각문양'의 파편

청자편이 발견된 청송세장리 요지 전경

조선시대 4대 지방요(地方窯)

함경도 회령자기, 황해도 해주백자, 강원도 양구백자, 경상도 청송백자

청자압출양각모란문접시

- 소장처 : 미국 보스턴 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