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 덕수궁관리소(소장 이승재)와 주한 이탈리아대사관(대사 에밀리아 가토)은 오는 11월 1일부터 11월 21일까지 덕수궁 돈덕전(서울 중구)에서 ‘한국-이탈리아 상호문화교류의 해’를 기념하는 특별전 「고궁멜로디, 덕수궁에서 울리는 스트라디바리우스」를 개최한다.
* 스트라디바리우스: 이탈리아의 현악기 제작 가문 중 하나인 스트라디바리 가문에서 제작한 현악기를 의미함.
이번 전시에서는 이탈리아의 전설적인 악기 명장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Antonio Stradivari, 1644년경~1737년)의 ‘베수비오(Vesuvio)’를 국내 최초로 공개하고, 우리나라의 전통 현악기를 함께 전시하여 두 나라가 이어온 장인정신과 예술적 전통, 그리고 문화적 교류의 의미를 되새긴다.
우리나라와 이탈리아는 1884년 6월 조이수호통상조약(朝伊修好通商條約)을 체결한 이래로 국제적 협력관계를 이어 왔다. 지난해 수교 140주년을 기념하여 ‘한국-이탈리아 상호교류의 해’(2024~2025년)를 지정하고 다양한 문화행사를 개최해 그간의 교류 역사를 돌아보고 있으며, 이번 특별전은 그 대미를 장식하는 취지이다. 국가유산청 덕수궁관리소와 주한 이탈리아 대사관·문화원이 주관하고 국가유산청 한국전통문화대학교와 이탈리아의 크레모나시(Comune di Cremona), 파비아대학교(University of Pavia), 바이올린박물관(Museo del Violino)이 협력하고, 신협, 금호문화재단, 티웨이항공이 후원한다.
이번 전시에서 국내 최초로 선보이는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 베수비오는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가 1727년경 제작한 것이다.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는 이탈리아 북부에 위치한 크레모나(Cremona) 출신의 현악기 장인으로 지금까지도 세계 최고의 악기 명장으로 꼽힌다. 크레모나는 바이올린의 형태와 구조를 확립하며 악기 제작의 새로운 전통을 연 아마티(Amati) 가문을 이어 스트라디바리(Stradivari), 과르네리(Guarneri), 베르곤지(Bergonzi) 등 현악기 제작 가문 출신의 역사상 최고의 명장들이 활동하던 곳으로 현재도 바이올린 제작의 세계적 중심지이다.
이번 특별전시는 총 4부로 구성된다. 1부 ▲ ‘한국과 이탈리아의 첫 만남: 외교에서 문화로’에서는 1884년 조약 체결 후 양국의 문화 교류사를 살펴본다. <고종이 이탈리아 국왕에게 보낸 친서>와 이탈리아 외교관 카를로 로세티의 저서 등을 전시하여 140년 전 외교 관계를 시작으로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고자 했던 과정을 연대기적으로 구성하였다.
2부 ▲ ‘대한제국의 서양 음악사: 새로운 소리, 근대의 시작’에서는 개항 이후 조선에 유입되었던 서양 악기와 당대 서양악에 대한 인식 변화에 대해 살펴본다. 대한제국은 근대 국가의 위상을 보여주기 위해 1900년 서양식 군악대를 창설하고, 독일인 교관을 초빙해 궁중과 외교 행사에서 대한제국 애국가를 연주하였다. 근대적 상징으로 인식되었던 당대 바이올린의 위상을 <대한제국 애국가 악보> 등을 통해 만나본다.
3부 ▲ ‘불멸의 현, 스트라디바리우스’에서는 현악기 제작의 본고장인 이탈리아 크레모나와 이 지역을 중심으로 바이올린 제작을 이어온 아마티, 스트라디바리, 과르네리 가문의 장인 정신을 조명한다. ‘베수비오(Vesuvio)’는 스트라디바리 장인의 예술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작품으로, 단독 공간에 전시되어 더욱 자세히 감상할 수 있다.
4부 ▲ ‘영원의 현, 한국의 전통 현악기’에서는 가야금·거문고 등 한국의 전통 현악기가 이어온 우리의 소중한 음악유산을 조명한다. 대한제국 황실의 상징인 이화문이 장식된 <금(琴)>, 국가무형유산 악기장이 제작한 가야금과 거문고를 통해 근대기부터 지금까지 이어지는 현악기 기술의 전승 과정을 조명한다. 서양의 대표 명품 현악기 스트라디바리우스와 한국의 현악기를 나란히 감상하며 서로 다른 두 문화가 빚어낸 아름다운 음악유산을 만나볼 수 있다.
에밀리아 가토 주한 이탈리아 대사는 “덕수궁이라는 한국의 유서 깊은 문화유산에서 양국 간 깊은 교류의 역사를 재조명할 소중한 기회를 갖게 되어 기쁘다. 크레모나는 가야금의 고장인 경북 고령군과 우호 협약을 맺고 이탈리아 장인정신과 한국 음악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문화 외교의 교두보 역할을 계속할 것이다.”고 전했다.
이번 행사를 위해 방한한 안드레아 비르질리오 크레모나 시장은 “크레모나 현악기 기술의 정점에 있는 ‘베수비오’는 수 세기 동안 장인들이 전해온 지식, 기술과 가치를 고스란히 품은 살아 있는 유산이며, 이번 전시가 양국의 관계를 더욱 강화하고, 이탈리아의 예술과 역사 그리고 미래를 알리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라고 전했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한-이탈리아의 수교 역사를 돌아보는 2년간의 상징적인 여정을 한국의 대표 국가유산 중 하나인 덕수궁에서 마무리하게 되어 영광이다. 특별전 기간 동안 많은 관람객들이 양국 현악기의 아름다운 매력을 발견하실 수 있기를 기대하며, 앞으로도 양국이 긴밀한 협력을 통해 두터운 신뢰관계를 쌓아나갈 수 있도록 국가유산청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궁능유적본부 덕수궁관리소와 주한 이탈리아대사관은 이번 특별전을 계기로, 세계를 선도하는 미래지향적 문화강국이 된 두 나라의 현악기를 널리 알리고 양국의 찬란한 역사와 문화자원이 중요한 유산으로 되새겨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