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수군의 위업을 그린 영화 ‘명량’, ‘한산’, ‘노량’이 남해의 바다를 배경으로 국민적 감동을 불러일으킨 가운데,

그동안 잊혀졌던 서해의 수군사(海軍史)가 새롭게 조명된다.

김명래 박사(공학박사, 소영문화연구소장)가 최근 북퍼드 출판사를 통해 『충청수영 수군사 연구』를 출간했다.

이 책은 조선시대 충청도 해역을 관할하던 충청수영(忠淸水營)의 역사와 조직 체계를 심층 분석한 연구서로,

서해 수군의 실체를 복원한 첫 본격 학술 저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충청수영은 1440년(세종 22년)에 설치되어 1896년 폐영될 때까지 456년 동안 운영된 조선 수군의 핵심 거점이었다.

오늘날로 치면 ‘충청 해군사령부’에 해당하며, 그 본영은 충남 보령시 오천면 소성리에 자리 잡고 있었다.

내포지역의 천수만이 육지로 깊숙이 들어온 천혜의 지형 덕분에, 이곳은 조선시대 서해방어의 전략적 요충지로 기능했다.

김 박사는 『가고수영(可考水營)』과 『통영군지(1934)』 아술록 등 희귀 사료를 토대로 19세기 충청수영의 수군 편제, 군선(軍船) 운영, 격군(格軍) 구성, 선소(船所)·군창(軍倉) 등의 실체를 세밀히 복원했다.

특히 군선의 신조(新造) 및 수리 과정에서 사용된 송재(松材)의 수급 체계, 군선별 승조원 배치와 군량 창고 운영 기록 등은 조선 후기 해양 행정의 구체적 면모를 보여준다.

책은 충청수영이 단순한 지방 수군 기지가 아닌, 조선 수군 체계의 중추로서 통제영(統制營, 현 통영)·전라좌수영(여수)과 함께 조선 해군 3대 수영의 한 축이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또한 군사·행정·물류 기능이 통합된 복합 공간으로서의 충청수영의 역할을 조명한다.

김명래 박사는 서문에서

“조선 수군의 역사는 남해에만 있지 않다. 서해에도 나라를 지킨 이름 없는 장수들의 피와 땀이 있다”며

“충청수영의 복원은 조선 해군사의 완전한 지도를 완성하는 일”이라고 밝혔다.

보령시는 최근 충청수영성을 중심으로 한 국가유산 활용사업과 성곽 복원 연구를 추진 중이다.

이번 연구서의 출간은 지역 해양문화사 복원과 서해 수군사 재조명에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