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목서와 은목서(꽃의 색깔로 쉽게 구별할 수 있다. (네이버 캡처)

가을바람이 불어오는 거리마다 달콤하고 따뜻한 향기가 감돈다.그 향기의 주인공은 바로 ‘금목서’와 ‘은목서’. 도심의 콘크리트 틈새에서도 가을의 낭만을 피워내는 이 나무들은, 이제 단순한 정원수를 넘어 ‘향기로 기억되는 도시의 상징’으로 자리 잡고 있다.

■ 서울의 가로수, 역사와 문화의 상징

서울의 가로수는 고구려 양원왕 2년(546)과 고려 명종 27년(1197)의 기록에서도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본격적인 제도는 조선 세종 23년(1441) 역로에 느릅나무와 버드나무를 심으면서 시작되었다.

단종 1년(1453)에는 소나무·회화나무·벚나무·뽕나무가 도로 양옆을 채웠고, 정조(1776~1800)는 능행로에 버드나무와 소나무를 심어 왕의 위엄과 도시의 품격을 드러냈다.

근대에 들어 고종 32년(1895)에는 국가 차원에서 도로 좌우에 가로수 식재를 장려하며 ‘사시나무 시대’가 열렸다.

1930년대에는 느티나무·은행나무·벚나무·양버즘나무가 경성의 거리를 물들이며 근대 도시풍경을 만들었다.

해방 이후 1950년대 후반에는 느티나무·은행나무·플라타너스·벚나무가 대표 가로수로 자리 잡아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서울의 가로수는 단순한 녹음이 아니라 시대를 관통한 자연문화유산이다.”

— 『서울시 가로수 역사와 수목 고찰』(송석호·김민경, 고려대·서울기술연구원)

광주광역시 주진대로 중앙분리대에 심어진 은목서 꽃길을 아시나요?(카카오맵 캡처)

■ 황금빛 향기의 주인공, 금목서

금목서(Osmanthus fragrans)는 가을(9~10월)에 황금빛 꽃을 피우는 상록활엽수다.

짙고 고혹적인 향으로 ‘가을의 프리지아’라 불리며, 꽃말은 ‘유혹’. 최근 국내 조향사들은 금목서 향을 재현한 향수 ‘풀문 블로썸’, ‘오스만투스 노트’ 등을 출시해 MZ세대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 향은 달콤하면서도 따뜻해 ‘기억 속의 가을 냄새’로 회자된다.

금목서는 개화시기가 은목서보다 2주전에 핀다고 하는데 기후변화로 다르게 나타나기도 한다. (사진 한병기)

■ 하얀 향기의 여왕, 은목서

은목서(Osmanthus asiaticus)는 순백의 작은 꽃송이를 피우며 맑고 깨끗한 향으로 ‘하얀 달의 향기’라 불린다. 금목서보다 향이 은은하고 부드러워 고급 주택 정원이나 카페 외부 조경에 자주 활용된다. 남부지방과 제주에서는 길가에서도 흔히 볼 수 있고, 향기테라피용 식물로도 주목받고 있다.

바람부는 방향에서 서있으면 그 향에 취해 갈길을 멈추고 만다.

■ 향기로 남는 도시의 추억

금목서와 은목서는 1990년대 후반 이후 본격적으로 정원과 조경에 등장했다.

기후 변화로 중부권에서도 식재 가능성이 넓어지고 있으나, 내한성이 약해 겨울철 관리가 필요하다.

조경 전문가들은 말한다.

“은행나무·벚나무 일색의 가로수 풍경에 향기 나는 나무가 더해진다면, 도시의 품격이 한층 높아질 것입니다.”

이번 가을 금목서와 은목서의 매력에 빠져보시길

■ 향기에 물든 가을, 마음에 남는 도시

길을 걷다 불현듯 코끝을 스치는 목서향은 누군가에겐 첫사랑의 기억을, 또 누군가에겐 아련한 그리움을 불러온다. 도시의 가로수에도 이제는 ‘향기 나는 계절의 기억’을 심을 때다.

이번 주말, 동래 한 바퀴 걸으며 불어오는 가을바람 속에서 금목서 향기를 찾아보자.

그 황홀한 향이 잠시나마 당신의 마음을 멈춰 세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