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고찰 화순만연사의 여름 배롱나무꽃이 흐드러진 모습(사진 네이버 캡처)
화순을 찾는 많은 사람들이 만연산의 아름다움은 익히 알고 있지만, 정작 그 품 안에 자리 잡은 천년고찰 만연사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다고 느끼곤 한다. 그러나 실제로 만연사는 역사·자연·문화적 가치가 조용히 깊게 살아 있는 명찰(名刹)이며, 만연산 전체의 품격을 완성시키는 핵심 공간이다.
만연사 주차장을 지나 일주문 가기전 대봉 감나무에 감이 주렁주렁하다.
■ 1208년 창건, 고려 후기 만연선사의 수행터
만연사는 전라남도 화순군 화순읍 만연산(萬淵山)에 위치한 사찰로, 대한불교조계종 제21교구 송광사의 말사다.
1208년(희종 4), 만연선사(萬淵禪師)가 창건한 것으로 전한다.
그는 무등산 원효사에서 수행을 마치고 송광사로 돌아가는 길에 지금의 만연사 터에서 잠시 쉬었다가 잠이 들었다. 꿈속에서 십육나한이 석가모니불을 모시는 공사를 하는 모습을 보고 깨어났고, 눈 내린 들판 가운데 자신이 누운 자리 주변만 눈이 녹아 김이 피어오르는 기이한 현상을 목격해 이곳을 수행처로 정했다. 그렇게 토굴을 짓고 수도하다가 오늘의 만연사가 시작되었다.
안연사의 겨울풍경으로 배롱나무에 연등을 달아 만연사의 볼거리 중 하나로 유명세다.
■ 번성했던 대가람의 흔적과 깊은 역사
만연사는 고려·조선 시대에 여러 차례 중건을 거쳐 대웅전, 나한전, 시왕전, 수많은 요사채와 암자를 갖춘 3전 8방의 대찰로 발전했다.
또한 병자호란(1636) 때는 사찰 승려들이 군중일지용 종이·식량을 조달하며 국가를 도왔고, 조선 말기에는 이동백·이날치·정광수·임방울 등 국창과 명창들이 소리를 연마하던 판소리의 성지이기도 했다.
6·25전쟁으로 모든 건물이 소실되었으나, 1978년부터 철안 스님이 4년에 걸쳐 중창하여 오늘의 모습으로 거듭났다.
11월 늦가을 햇볕이 내리쬐는 어느날 오후 만연사 가을 풍경
현재는 대웅전·나한전·명부전·한산전, 그리고 선정암과 성주암 등이 남아 있으며, 770년 된 전나무와 고려 말 제작된 삼존불·시왕상·십육나한상·범종·괘불 등 전통문화재가 사찰의 품격을 더한다.
■ 사람들이 만연사를 찾는 진짜 이유 — ‘아늑함·고요함·치유’
천년고찰 만연사의 가장 큰 매력은 조용함이다. 만연사 주변으로 관통도로가 없어 차량 통행이 적고, 만연산 자락이 사찰을 포근히 감싸고 있어 사람들에게 자연스러운 쉼·휴식·명상·산림욕의 공간을 제공한다.
특히 만연사 뒤쪽의 치유숲센터는 가족·연인 단위 방문객의 만족도가 높다.
○ 숲길을 걷다가 들러서
▲ 신체 균형 측정
▲ 스트레스 지수 검사
▲ 힐링 체험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는 웰니스 공간으로 인기가 높다.
만연산 자락에 위치한 만연사는 아늑한 공간으로 화순읍내를 내려다 보는 형국이다.
계곡과 숲이 어우러진 만연사 일대는 봄·여름·가을·겨울 어느 계절과도 완벽하게 어울리는 산책 명소다. 잔잔한 물소리, 깊은 숲 향기, 새소리가 함께하는 풍경은 화순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함이다.
■ 숨은 화순의 멋, 만연산계곡에서 찾다
화순은 볼거리·먹거리·놀거리가 다양하지만, 만연산 계곡과 만연사의 조화는 그중에서도 가장 은은하고 깊은 아름다움을 준다.
관광객으로 북적이지 않아 “진짜 쉼”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소중한 공간이며, 걷기 좋은 길·사진 명소·체험 프로그램이 자연스럽게 이어져 하루 나들이 코스로도 손색이 없다.
화순을 찾는다면, 만연산만 보고 가지 마세요. 그 품 안의 고요한 천년고찰, ‘만연사’의 숨은 멋을 꼭 느껴보세요.
참고문헌: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