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의 영웅이자 실용외교의 상징으로 평가받는 사명대사(四溟大師 1544-1610)의 탄신 다례제가 12월 6일(음력 10월 17일), 충남 보령시 성주산 자락의 천수암(주지 석일정)에서 장엄하게 거행됐다.

올해로 21년째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이어진 이 다례제는 이제 단순한 불교 행사나 지역 추모 의식을 넘어, 격변의 동아시아 정세 속에서 대한민국의 외교·통일 전략을 새로 쓰는 국가적 담론의 장으로 자리 잡았다.

행사는 장형주 전 보령교육장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문희원 전 보령시 국장, 임두순 풍천임씨정승공파종회 사무총장,임인식 한국국가유산지킴이연합회 부회장(풍천임씨중앙종친회 부회장), 천수안 일정 큰스님 등 지역의 대표적 종교·문화·시민사회(사부대중) 인사들이 참석했다.

■ 천수암 일정 큰스님 “사명대사는 전쟁의 장수가 아니라 백성을 살린 외교가였다”

천수암 일정 큰스님은 법어에서 보령과 사명대사의 깊은 인연을 강조하며 이렇게 말했다.

“사명대사는 칼을 들고 싸운 장수였지만, 전쟁이 끝난 뒤에는 백성을 되찾고 국교를 복원한 외교의 거장이었습니다. 그의 실천적 지혜와 민중 중심 철학이야말로오늘 대한민국이 다시 붙잡아야 할 국가정신입니다.”

큰스님의 말처럼 사명대사는 전쟁 이후 일본과의 담판을 통해 조선 포로 3천여 명을 귀국시킨 실천 외교의 상징으로 평가된다.

보령의 다례제가 주목받는 이유도 바로 그 ‘민중 중심·평화 중심’의 철학을 현재의 국가전략으로 재해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 21년 내내 멈추지 않은 ‘한국형 시민 주도 역사문화 행사’ 구현

보령 사명대사 다례제의 특별함은 그 지속성에 있다.

초창기 소규모 추모 행사로 출발했으나, 21년 동안 단 한 번도 중단되지 않으며 종교·학계·시민사회가 함께 지켜온 전국 유례없는 시민 참여 역사문화 의식으로 자리 잡았다.

임인식 한국국가유산지킴이연합회 부회장은 인사말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사명대사의 정신은 국가유산을 넘어 현대 대한민국의 외교·통일 정책의 실질적 자산이 될 수 있습니다. 보령을 민간 중심 평화·문화 외교의 플랫폼 도시로 만들겠습니다.”

실제로 보령의 시민사회는 최근

▲국가유산 기반 국제교류

▲문화·종교 외교 네트워크 구축

▲한일·남북 민간교류 재건

등 다양한 구상을 내놓으며 지방이 국제정세에 기여하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 전문가들도 주목 “지금 대한민국에 필요한 것은 사명대사식 실용외교”

최근 일본을 방문한 임혁백 고려대 명예교수는 일본 정치·언론·학계 인사들과의 간담회에서 사명대사 외교를 ‘동아시아형 트랙2 외교의 원형’으로 평가했다.

임 교수는 본지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진단했다.

“한일 간 정부 차원의 협상은 구조적 한계가 있습니다.

사명대사가 보여준 문화·종교·민간 교섭 방식은 지금도 실질적으로 매우 유효한 외교 기술입니다.”

한편 전직 고위 외교관 A씨도 “북핵·남북 교착의 난제는 정부 간 협상만으로는 풀리지 않는다”며 “인도주의·문화교류 중심의 사명대사식 접근은 오늘의 한반도 평화전략에도 필수적”이라고 평가했다.

■ 보령이 던지는 국가적 질문

“지금 대한민국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사명대사 다례제의 핵심 가치는 과거의 위인을 기리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보령은 21년 동안 사명대사가 남긴 세 가지 가치, "민중보호", "실용외교", "평화의 기술" 을 현대 국가 전략의 언어로 복원해내고 있다.

문희원 전 보령시청 국장은 "보령은 예로부터 동아시아 교류의 길목이었고, 그 역사적 기반 위에 시민이 주도하는 새로운 외교담론을 만들 잠재력이 있다”고 말했다.

■ “사명대사는 과거가 아니라 미래다”

21년째 이어진 보령의 사명대사 다례제는 대한민국 외교·통일·평화 전략에 질문을 던지는 국가적 행사로 도약했다. 전쟁의 폐허 속에서 백성을 살리고 국교를 열었던 사명대사의 길은 400년이 지난 오늘, 한반도의 평화·한일관계 개선·동아시아 협력이라는 새 시대적 과제를 향해 다시 소환되고 있다.

보령에서 울린 사명대사의 정신은 대한민국 외교·안보의 난제를 밝히는 작지만 강한 등불이 되고 있다.

■ 천수암, 보령의 국가유산 중심 사찰로 자리매김

한편 올해로 성주산 자락에 창건 42주년을 맞은 천수암은 성주사지 역사 복원, 보령국가유산지킴이 봉사단 활동 지원,이웃돕기 성금 기탁 등 지역문화와 시민 공동체를 이끄는 대표 사찰로서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