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설명하지 않는 시, 대신 삶을 떠올리게 하는 시

시집 『살아오면서 느낀 점ㆍ점ㆍ점』은 특별한 사건이나 극적인 서사를 앞세우지 않는다. 대신 살아오며 누구나 한 번쯤 지나왔을 법한 순간들, 말로 다 하지 못하고 마음속에 남겨두었던 감정의 여백을 ‘점’이라는 형식으로 기록한 책이다.

이 시집은 문장을 통해 삶을 해석하거나 정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비가 내리는 날, 잠든 아이의 얼굴, 부모를 떠올리는 밤, 갯바위에 부딪히는 파도 같은 일상의 장면들이 조용히 반복될 뿐이다. 그러나 독자는 이 평범한 장면들 속에서 자신의 삶을 자연스럽게 겹쳐 보게 된다.

“완성되지 않아도 괜찮다”는 태도

『살아오면서 느낀 점ㆍ점ㆍ점』의 가장 큰 특징은 설명하지 않으려는 태도다. 시인은 감정을 과장하지 않고, 삶을 미화하지도 않는다. 슬픔은 슬프다고 말하지 않고, 사랑은 영웅적으로 포장하지 않는다. 그저 “그렇게 살아왔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을 뿐이다.

이러한 태도는 오늘날 빠른 해답과 명확한 결론을 요구하는 사회 속에서 오히려 새로운 울림을 만든다. 이 시집은 삶이 반드시 정리되거나 완성되지 않아도 괜찮다는 믿음을 조용히 건넨다.

읽는 책이 아니라, 곁에 두는 책

이 시집은 한 번에 읽고 덮는 책이 아니다. 한 편을 읽고 잠시 멈추게 되고, 어느 문장 앞에서는 오래 머물게 된다. 그것은 문장이 어렵기 때문이 아니라, 문장이 독자의 삶 어딘가를 건드리기 때문이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은 이 시집에 대해 “읽는 대상이 아니라, 조용히 옆에 두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책”이라며 “시인의 개인적 기록이 독자의 보편적 기억으로 확장되는 드문 사례”라고 평했다.

자연과 나란히 놓인 인간의 시간

이 시집에서 자연은 배경이 아니다. 비, 바람, 하늘, 바다, 나뭇잎은 화자와 같은 높이에 놓여 있다. 자연은 위로하거나 교훈을 주지 않는다.

다만 인간과 함께 같은 시간을 건너온 존재로 등장한다. 이 수평적인 시선은 시집 전체를 과장 없는 사유의 공간으로 만든다.

관계로 남는 시집, 시간이 지나 선택되는 책

『살아오면서 느낀 점ㆍ점ㆍ점』은 강한 메시지로 독자를 설득하지 않는다. 대신 관계처럼 곁에 머문다. 독자는 이 책을 읽으며 시인의 삶보다 자신의 시간을 먼저 떠올리게 되고, 그 기억은 시간이 지나 다시 책을 찾게 만든다.


이 시집은 판매를 위한 언어보다, 함께 살아온 시간에 대한 신뢰를 기반으로 독자와 만난다. 말로 전하기 어려운 마음을 대신 건네는 선물로, 혹은 조용히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의 동반자로 오래 남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