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천을 걷다 마주한 희경루(100년만에 재현됨)의 모습(사진 한병기)

봄이 무르익는 5월 초순, 광주 시민들에게 익숙한 공간, 광주천변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특별한 풍경을 선사한다. 오래된 시간의 흐름을 따라 유유히 흘러온 이 물길은 이제, 걷고 머무는 젊은 세대의 문화 공간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광주천을 걷다보면 광주천의 역사를 사진으로 전시한 공간이 있다. 1949년의 광주천의 모습

1900년대 초, 광주천은 사람들의 애환을 품고 흐르며 삶의 터전이자 시장, 소통의 장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 시절의 광주천은 단순한 하천이 아니라, 광주 시민의 일상과 희로애락이 깃든 ‘살아있는 공간’이었다. 하지만 산업화의 물결과 함께 무연탄 수요가 급증하면서, 광주천은 생활쓰레기와 오염의 상징으로 전락하기도 했다.

산책길에 만난 소녀들의 피크닉

그러나 지금, 광주천은 다시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왔다. 광주광역시의 환경 정비 노력과 더불어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관심이 더해지면서, 광주천은 과거의 아픔을 딛고 새로운 생명력을 얻고 있다. 희경루, 기아챔피언스필드, 광주공원, 사직공원, 양림동 근대문화마을 등 역사와 문화의 향기가 스며든 명소들이 천변을 따라 이어지고, 그 길을 따라 걷는 이들의 발걸음도 다양해졌다.

노년들의 연주하는 모습과 반려견과 산책하는 시민의 모습에 여유가 넘친다.

특히 눈에 띄는 변화는 젊은 세대들의 활발한 참여다. 천변의 징검다리 옆에 앉아 책을 읽는 청년, 피크닉을 즐기는 대학생들, 자전거를 타고 여유를 누리는 친구들, SNS에 ‘광주천의 일상’을 공유하며 작은 기록을 남기는 젊은이들의 모습은 광주천을 ‘현재진행형의 공간’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그들은 과거를 기억하고, 현재를 즐기며, 미래를 향한 일상의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라이딩을 즐기는 가족

광주천은 이제 세대를 아우르는 공유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손을 잡고 걷는 노부부, 반려견과 산책을 즐기는 부부, 건강을 위해 운동에 나선 노년층까지, 모두가 어울려 함께 살아가는 풍경은 이 도시가 얼마나 따뜻하고 여유로운지를 보여준다.

징검다리와 책을 읽는 소녀가 너무 잘어울리는 모습이다.

이런 변화는 단순한 환경 개선을 넘어 ‘공간의 재해석’이며, 역사의 새로운 장을 시민이 직접 쓰고 있다는 의미를 지닌다. 역사는 먼 곳에 있지 않다. 매일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 우리가 함께 가꾸는 공간 속에서 차곡차곡 써 내려가고 있다.

광주천변에 피고 있는 꽃들이 너무 이쁘다.

과거를 품은 물길, 광주천. 그곳을 걷는 젊은 세대들의 발걸음은 과거와 미래를 잇는 다리가 되어, 오늘도 조용히 흐르고 있다.